서울 3대 평양냉면, 평냉초보 충무로 필동면옥 후기
여름이 벌써 다 지나갔지만, 약간 늦은 평냉초보의 평양냉면 맛집 후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생각해보니 저는 4-5년 전쯤 수요 미식회에서 처음 평양냉면을 알게 됐던 것 같아요.
워낙 짜고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라, 저 슴슴한게 매력이라는 평양냉면은 내 입에는 맞지 않을 거야! 하고 모두가 평양냉면에 열광할 때도 저는 혼자 외면했답니다.
일단 냉면이라는 거 자체를 크게 좋아하는 편이 아닌 사람이었어요. 엄청난 쌀밥파 인간이라서, 저녁은 무조건 밥으로 먹어야하고, 하루에 두 끼 쌀밥을 먹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류의 사람인지라, 차가운 국물 다 마시지도 못하고, 그 얇고 질긴 면으로 끼니를 해결한다는 게 저에겐 납득이 안되었거든요.
그러다가 점점 이 평양냉면의 유행이 사그라들지 않고 점점 매니아층을 아주 두텁게 형성하더라고요. 그중에 제 동생도 있었습니다. 이 아이는 여름만 되면 꼭 평양냉면을 먹으러 여러 번 가더라구요.
올여름 장마가 끝날 무렵, 금요일 저녁에 동생한테 연락이 왔어요.
"내일 평양냉면 먹으러 갈래?"
유명한 서울의 평양냉면 노포들은 여름에 사람 많아서 주말에 웨이팅이 많을 것 같아서 약간 걱정이 되긴 했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 테이블 회전도 빠르고 할 것 같아서 냉큼 따라서 나섰습니다.
동생이 가자고 한 곳은, 필동면옥 이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평양냉면 3대 맛집은 우래옥, 필동면옥, 을지면옥이라고 들었는데요.
예전에 남편이랑 세운상가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가 그 주변을 배회하다가 차가 잘못 들어서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차가 꽉 막혀있는 거예요, 알고 보니 우래옥이더라고요. 저희는 가볼 생각이 없었는데 우연히 그 골목으로 차가 들어가게 된 건데, 주차 안내해주시는 분께서 40분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를 해주셨던 기억이 나요.
을지로의 필동면옥과 을지면옥은 의정부 평양면옥의 창업주님의 첫째 딸 분과, 둘째 딸 분께서 각각 운영하시는 가게라고 합니다.
그렇게 토요일 점심쯤 동생과 친정엄마를 모시고 충무로 필동면옥에 도착했습니다. 충무로역 1번 출구로 나와서 대한극장을 뒤로하고 한 5-6분 걸었던 것 같아요.

가게 앞에는 웨이팅이 몇 팀 있더라고요. 그늘 막이 다행히 쳐있고, 웨이팅이 아주 많지는 않아서 금방 들어갈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웨이팅이 짧아서 사진을 더 찍지는 못했지만, 가게 유리문에 여러 해 미쉐린 가이드 선정되었다는 스티커가 있었어요. 코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유명한 맛집에서 무언가를 먹겠다는 우리 민족의 의지! 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앞에 2-3팀이 있었는데 3-4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아요.

위의 사진은 나왔을 때 찍은 사진인데, 점점 웨이팅이 많아지는 듯했습니다. 그래도 대부분이 냉면으로 식사하시러 오신 분들이고 1층 내부에도 자리가 넓고 2층 자리도 있어서 테이블 회전이 아주 빨랐어요. 사진에 보이는 건물 뒤편(왼쪽)으로 주차가 가능했구요.
1층에 입구 가까이에 자리를 안내받았고, 메뉴는 더 볼 것도 없이 냉면으로 3개를 시켰습니다.
물냉면, 비빔냉면으로도 쓰여있지 않아요.
냉면-만 이천 원
비빔-만 이천 원이라고 적혀있어요.
'물/비빔'도 아니고 '냉면/비빔'이라니 약간 재미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가게가 오래되었지만 관리도 잘되어있어서 노포지만 아주 청결하고 깔끔하다는 것이 가게에 들어서면서 느낀 첫인상이었고요.
오랜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는지 알려주듯이, 가게 바닥이 얼마나 맨질맨질하던지. 걸레질을 따로 안 해도 아주 광이 날 정도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테이블에는 간장, 식초, 겨자, 고춧가루 이렇게 있구요. 수저통에는 수저가 없어요.ㅎㅎ 젓가락만 가득 들어있고, 국물은 그릇째 마시라는 주인장의 뜻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냉면이 나왔습니다. 냉면이랑 같이 무절임이 한 접시 나왔고요.
냉면 위에 소고기 수육, 돼지고기 제육 한 점씩 겹쳐서 올라가 있구요. 삶은 계란 반쪽은 국물에 빠져있습니다. 고운 고춧가루 한번 톡! 하고 뿌린 느낌이구요.
국물을 한번 들이켜 보는데, 그 맑은 나주곰탕을 차게 식힌 것 같은데 더 슴슴한 느낌이예요.
근데 묘하게 슴슴한 사이에서 간이 느껴지고, 이런 걸 감칠맛이라고 하나요?
(아직도 '감칠맛'이라는 것의 명확한 느낌을 모르겠습니다)

돼지고기는 기름기가 꽤 섞여있는 부위라서 처음에는 약간 거부감이 들었는데요. 먹어보니 차게 식은 돼지기름이 이렇게 부드러웠구나~ 싶은 맛이었어요. 돼지고기 고명에 저와 같은 의심을 품었던 엄마도 한입 드시고는 저와 같이 '역시 유명한 집은 다르네' 하는 표정이셨어요. 고춧가루와 파 고명도 딱 적당한 양이어서, 고깃국물 육수의 감칠맛을 더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해주더라구요.
평냉초보는 아무것도 더 뿌리지 않고, 한 그릇을 비웠습니다.
다음에는 식초와 겨자도 더 추가해서 먹어볼까 싶어요.

완냉을 하고 나오니 이렇게 멋진 뷰가! 넷플릭스 '냉면 랩소디'에서 보니 성시경이 필동면옥 단골인 것 같더라고요. 일주일에 반이상 다녀가던 적도 있었다고 하던데, 다음 방문에 우연히 마주치기를 내심 바라봅니다.
아래는 지난해 갔던 을지면옥 사진도 추가해봅니다. 아직 평냉이 무서웠던 지난여름의 저는 모두가 물냉면을 시켜먹는 사이에서 혼자 비빔냉면을 시켜먹었죠. 그리고 냉면이 나오자마자 동생의 물냉면 국물을 한 모금 맛보고는 아주 크게 후회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보니 을지면옥의 물냉면에는 삶은 계란이 육수에 빠져있지 않네요. 나머지는 필동면옥과 거의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을지면옥은 을지로 3가 역 공구골목 쪽에 위치하고 있고, 들어가는 입구가 깊숙했어요. 큰길에서 안쪽으로 들어가서 가게 입구 바로 앞에서 웨이팅을 합니다.
이제야 평양냉면의 슴슴한 매력을 알게 된 게 부끄럽지만, 찬바람이 불기 전에 한번 더 방문해봐야겠어요.
평냉 초보라고 해도 저처럼 비빔냉면 드시지 마시고, 물냉면으로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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